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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쿠팡의 미 상장이 ‘기업 규제’ 탓이라는 견강부회

등록 2021-02-16 18:28수정 2021-02-17 02:41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왼쪽)과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왼쪽)과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두고 보수언론이 일제히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가 경영권 방어장치인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등 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쿠팡이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주식에 보통주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 증시 상장은 쿠팡의 모회사가 미국 법인인 점, 자본조달의 용이성, 만년 적자기업에 대한 한국증시 상장 제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차등의결권을 부각시키며 ‘기업 옥죄기’ 주장을 펴는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쿠팡의 모회사는 지분 100%를 가진 미국 기업 쿠팡 엘엘시(LLC)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재일교포인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다. 미 증시 상장은 한국 쿠팡이 아니라 쿠팡 엘엘시가 한다. 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알면서도 쿠팡의 미 증시 상장을 차등의결권 탓으로 몰아가는 보도는 ‘가짜뉴스’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쿠팡 초창기 투자자로 참여했던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15일 페이스북에서 “차등의결권 때문에 어떤 증시에 상장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수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한국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담은 상법 등을 사례로 든다.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또 두 나라 규제 시스템의 차이를 외면한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사전적 규제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와 같은 엄격한 사후적 규제를 통해 기업의 불법행위를 억제한다. 하지만 한국은 사후적 규제 강화가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한마디로 사전 규제는 풀고 사후 규제는 못 받겠다는 속셈이다.

정부와 여야는 벤처 활성화를 명분으로 ‘벤처 차등의결권’ 허용 법안을 발의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재벌 세습 악용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엄격한 사후적 규제가 도입된다면 제한적 허용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은 쿠팡을 앞세운 억지 주장을 멈춰야 한다. 재계도 규제를 탓하기 앞서 공정경제를 위한 최소한의 사후적 규제에 대한 반대부터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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