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규정된 경로를 통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 유출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트리튬)를 비롯한 방사성물질이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사실뿐 아니라 경로, 원인까지 담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기관의 조사 결과를 <한겨레>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삼중수소의 외부 유출이 원전의 안전관리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싼 논란에 중대한 전기가 마련됐다.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존재와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외부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원안위에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이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월성원전 1~4호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 결과를 담고 있다. 검사 결과는 지난해 11월까지 원안위에 모두 보고됐다. ‘4호기 제17차 정기검사보고서’에는 물 처리실 중화조 집수정의 오염수가 새어 나와 ‘비방사성지하수처리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돼 있다. 방사성물질이 지나가서는 안 되는 곳을 통해 삼중수소 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오염수가 처음 새어 나온 이유는 집수정의 벽체 손상 탓이라고 한다. 기초적인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보고서에는 “월성2발전소 부지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는 2010년 12월 월성1발전소(2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의 배경 농도(7.8㏃/L)보다 100~1만배 정도까지 높아진 수준으로 확인된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삼중수소가 포함된 액체폐기물 관리기준인 4만㏃/L를 비방사성 지역에 대한 오염 판정기준으로 적용해 계통수 누설이 발생해도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부적절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여러 보고서에 지적돼 있다.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 안 되는 곳에 폐기물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수영장에 하천 수질 기준을 적용한 것과 다르지 않다.
원안위는 최근 국회에 “월성원전에서 정상 배출된 기체상 삼중수소가 배기구 인근에 가장 많이 침적돼 강우 등의 영향으로 지하수로 전이된다”는 설명을 앞세운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답변서를 인용해 국민의힘과 친원전 언론들은 일제히 ‘원전 괴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원전 사업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위치에서 사업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안위는 돌아보기 바란다. 국민이 믿을 곳이 한 곳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