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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 첫 산재 청문회,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된다

등록 2021-02-22 18:35수정 2021-02-23 02:42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산재사망 다발 대기업 실태를 폭로하고 산재 예방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산재사망 다발 대기업 실태를 폭로하고 산재 예방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하는 산업재해 청문회가 열렸다. 국회가 산재 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산재 사업장인 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는 현장의 사정을 살피려 한 의도는 크게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한해 20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지는 나라의 국회가 이제야 첫 청문회를 연 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국회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건설, 제조, 택배 등 9개 사업장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 기업의 산재 승인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두배 이상 늘었다. 증인들은 시종 사과의 말을 했지만, 산재에 대한 인식 수준은 실망을 넘어 공분을 불렀다. 6년 연속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지난해에만 4건이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한영석 대표이사는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 탓으로 돌리는 듯한 취지로 발언해 빈축을 샀다. 그의 태도로 볼 때, 세계 최대 조선사에서 왜 다른 나라 유수의 조선사와 견줄 수 없이 많은 산재가 일어나는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조지프 네이선 노트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의 과로사와 관련해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장씨는 사망 직전 주 62시간이 넘게 일했고, 해당 작업장은 코로나19 등으로 물류 수요가 폭증했는데도 평균 근무인원이 2018년 170명에서 2020년 122명으로 외려 줄어든 곳이다. 최근 두달 사이 3건의 사망사고가 난 포스코는 국회에 제출한 3년치 위험성 평가자료가 오탈자까지 일치하는 등 같은 자료를 계속 베껴온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죽음의 외주화’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파고들며 나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산재 사업장 대표들이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한 데는 그 자리만 모면하면 된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산재 청문회가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회는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과정에서 후퇴를 거듭해 껍데기만 남은 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되는 산재의 책임은 오롯이 국회에 있다. 청문회에서 기업인에게 던진 매서운 질타를 자신한테 돌리고, 법제도의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입법활동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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