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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종교 이어 ‘신념’도 대체복무 첫 인정, 환영한다

등록 2021-02-24 18:47수정 2021-02-25 02:40

2018년 6월28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재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8년 6월28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재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하고 대체복무를 하는 것을 인정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는 24일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군복무 거부자인 오수환(30)씨에 대해 지난달 대체역 편입 신청 인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8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후,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니라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널리 보장돼야 하고 국가안보 못지않게 ‘소수자의 목소리’, ‘다양성 존중’이 중요하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취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을 환영한다.

오씨는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신념과 효율적 살상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병역이 배치된다고 생각해 2018년 4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고 지난해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예비군에 편입된 ㄱ씨가 예비군 훈련 대신 대체역을 신청한 것도 이번에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6월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이 시행된 뒤 지금까지 2052명이 대체복무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허용된 경우는 944명이며 942명이 특정 종교 신자다. 이번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폭력·평화주의와 같은 다양한 신념에 기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일각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가 허용되면 병역기피자가 이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지만, 지금까지 대체역 편입 신청자 중 심사위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가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 결정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소수자의 목소리와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는 의미에 맞게 대체복무제가 정착하려면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헌재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병역거부자가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는 현실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바뀌기를 바란다.

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병역거부자의 인권과 군인의 인권이 모두 존중받으면서 군복무가 끔찍한 경험이나 희생이 아니도록 군대를 개선하고, 또 그에 맞게 대체역을 형평성 있게 갖춰 나가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체복무와 군복무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군인 인권과 처우도 개선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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