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사전매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 유튜브 갈무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 지구의 토지 수천평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공택지 공급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엘에이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전 투기를 한 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부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지체 없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엄벌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엘에이치 직원 10여명이 배우자·지인과 함께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토지 7천여평을 나눠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국토부가 지난달 2·4 주택 공급 대책에 따라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6번째로 지정한 광명·시흥지구에 속해 있다.
구입 시기는 정부가 2018년 8월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한 뒤 3차례에 걸쳐 남양주 왕숙 등 5개 신도시를 발표한 시점과 일치한다. 또 토지 대금이 1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인 데다, 금융기관 대출금만 58억원에 달한다. 개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거래다. 매입자의 상당수가 엘에이치의 토지보상 담당인데다, 일부 필지는 보상기준인 1천㎡ 이상으로 ‘쪼개기’가 이뤄져 보상을 노린 투기 의혹을 더한다.
엘에이치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면 부패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단순 투기행위라고 해도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이다. 정부는 신도시를 지정하면서 투기 차단 의지를 강조했다. 엘에이치 직원들이 이를 비웃기라고 하듯 투기에 앞장섰다면 집 없는 서민의 절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
시민단체는 투기 제보를 받고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에서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엘에이치는 즉각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3기 신도시 6곳 전체로 조사를 확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