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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 위기의 여성들, 다시 ‘빵과 장미’ 요구한다

등록 2021-03-07 18:16수정 2021-03-07 18:37

돌봄 노동자, 청소 노동자,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있지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던 ‘투명 노동자’들의 모습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장희록 일러스트레이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와 함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돌봄 노동자, 청소 노동자,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있지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던 ‘투명 노동자’들의 모습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장희록 일러스트레이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와 함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여성들은 혹독한 현실 위에 서 있다. 코로나19의 고통에서 대다수 남성도 예외는 아니지만, 여성들은 먼저 해고되고, 돌봄노동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의 최전선에 선 여성 간호사들은 ‘영웅’이란 찬사 뒤에서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여성들의 오랜 연대와 노력으로 평등을 향해 전진해왔던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08년 미국 뉴욕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생존권과 인권)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을 계기로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여성들의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만 한다.

<한겨레>가 만난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이 소모품이 아닌 사회’를 요구했다. 간호사 김효은씨는 간호사 한명이 돌봐야 할 환자 수가 적게는 10명에서 밤 근무에는 16명까지 늘어 과로에 시달릴 뿐 아니라 성희롱, 가정에서의 돌봄노동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코로나 영웅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30년 넘게 봉제노동자로 일해온 노경숙씨는 사실상 공장 소속이면서도 4대 보험은 꿈도 꿀 수 없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외에 아무런 보조금도 받지 못하는 ‘객공’의 고통을 전했다. 그는 “언젠가 봉제노동자들도 사무직처럼 생리휴가를 쓸 수 있는 환경, 몸이 아프면 하루 정도 월차로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먼저 해고되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 청소 노동자, 판매원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여성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취업자 수 현황을 보면, 2019년 대비 여성 취업자 감소 폭은 남성보다 1.6배가량 많다. 그런가 하면 줄어든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취업자 가운데 62%가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평등을 요구할 때마다 ‘남자들도 힘들다’ ‘요즘은 여성 상위 시대’ 등의 반박에 부딪힌다.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훨씬 가혹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남녀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8개국 중 꼴찌였다. 지난해 20대 여성 자살이 전년 대비 25.5%나 늘어 ‘조용한 학살’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것과 깊이 닿아 있다고 본다. 2030 여성들은 높은 교육을 받고도 취업과 일터, 사회에서 여전히 강고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새로운 위험도 커졌다. 정부는 취업과 실업, 돌봄노동 대책을 좀 더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살기 좋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노력 중인 여성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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