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후쿠시마 10년, ‘원전 신화’의 참담한 교훈

등록 2021-03-10 19:00수정 2021-03-11 02:49

10년 전 강진과 쓰나미로 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2번과 3번 원자로 앞으로 지난 1일 노동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10년 전 강진과 쓰나미로 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2번과 3번 원자로 앞으로 지난 1일 노동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나 1만5899명이 사망하고 2529명이 실종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4기가 파손됐고 그 가운데 2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발생했고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돼 주변 지역을 뒤덮었다.

10년이 흘렀지만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인한 참혹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원자로에는 아직도 연료봉 수천개가 남아 있다. 노심용융으로 원자로 안에 녹아붙은 핵연료 덩어리와 약 900톤으로 추정되는 핵물질 잔해를 빼내는 작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지하수와 빗물이 원자로에 흘러들어 매일 140톤의 오염수가 생겨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

지금까지 4조엔(42조원)을 들여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해왔지만, 곳곳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방사선이 검출되고 있다고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밝혔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피폭 우려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기약 없는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흥’을 내세운 도쿄올림픽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보이려 하지만, 해결 불가능한 엄청난 과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지진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간 나오토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원자력은 언제 어디서 사고를 일으킬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반드시 사고를 일으킨다”며 “원전은 사실 진 것이다. 원전을 다시 살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한국 사회도 ‘원전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후쿠시마의 엄중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원전에서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외부 전원이 끊기면서 가동 중이던 고리원전 4기가 잇따라 멈춰선 사고 등을 직시해야 한다. 24기의 국내 원전에서 매년 나오는 대량의 핵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해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60년 뒤까지 점진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실현할 체계적인 방안과 대안에너지 정책을 우리 사회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탈원전’ 정책을 뒤집으려는 무모한 길로 나아갈 수는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