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해 11월18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 의견수렴에 ‘현 공항 확충 대안’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외면한 채 제2공항 건설 추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심한 몸살을 앓아온 사안에 대해 원 지사 스스로 여론조사를 요청해놓고 이제 와서 그 결과를 무시하겠다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도민의 뜻을 존중해야 할 도지사로서 더없이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회원사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요청을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51.1%로, 찬성(43.8%)보다 오차범위를 넘어 많았다. 이와 별도로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반대(47.0%)가 찬성(44.1%)보다 높게 나왔다. 제2공항으로 인해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더욱 가중되고, 생태환경과 문화유산이 심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제주도민 다수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원 지사는 제2공항 터로 거론되는 성산읍 주민들의 찬성이 반대보다 2배가량 많은 것을 건설 추진 강행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성산읍장이라면 몰라도, 도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해야 할 도지사로서 할 소리는 아니라고 본다. 또 그는 여론조사 실시 이유를 중앙정부와 청와대 등의 요구 탓으로 돌리며 “여론조사에 책임을 넘겨 결정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고 반대하는 도민들까지 들러리 세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원 지사가 도민 뜻을 묻는 절차를 취했다가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게 처음이 아니다. 원 지사는 2018년 논란이 컸던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해 공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해놓고도, 이번과 똑같은 행태를 보인 바 있다. 결국 병원 설립은 무산됐고, 중국 자본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리병원 설립 허가를 내주며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던 원 지사의 약속을 기억하는 건 제주도민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