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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기꾼 ‘먹잇감’ 전락한 농지, 이대론 안 된다

등록 2021-03-17 18:47수정 2021-03-18 02:41

참여연대가 17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 지역의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17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 지역의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3기 새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외지인들이 ‘농지 투기’를 한 의혹을 제기하며 37건의 의심 사례를 17일 공개했다. 최근 3년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농지 거래 131건을 조사한 결과다. 참여연대는 토지거래 가액과 대출 규모 추정치,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와 국적 등을 조사해 투기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의혹에 이어, 이번엔 민간의 투기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의심 사례 중 18건은 금융기관에서 매매 금액의 60%를 웃도는 과도한 대출을 받은 필지들이다. 빚으로 땅을 사서 이자 내며 농사짓는 이는 드물다는 것이다. 현장 조사 결과, 농지를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도 포함됐다. 물론 외지인이거나 대출 받아 농지를 샀다고 해서 바로 투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액을 대출 받아 적지 않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농지를 놀리고 있다면 투기 목적의 농지 구입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는 공직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민간의 투기가 더 광범위할 것이란 게 국민들이 갖는 합리적 의심이다. 정부는 공직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뿌리 깊은 투기의 사슬을 발본색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민간의 투기 의혹 역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농지법의 허점을 악용한 외지인의 농지 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이 무색한 지경이다. 일반인이 농지를 살 땐 농업경영계획서·자경확인서 등을 제출하지만, 서류심사에 불과해 허위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별다른 입증 서류 없이 농지를 살 수 있는 예외 조항도 16개에 이른다. 자경 위반이 확인돼 지자체가 강제 매각을 명령하는 경우도 드물다. 엘에이치 직원들 역시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예외 조항을 이용해 농지를 샀다. 사실상 투기에 무방비 상태인 농지법을 서둘러 손봐야 한다.

농지 취득 기준이 느슨해진 데는 농업인구 감소와 휴경지 증가, 주말농장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요인도 있다. 농지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는 건 막아야 하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한 농지의 합리적 이용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실 따로 법 따로인 농지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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