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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해자 호소가 정략이라는 ‘2차 가해’ 당장 멈춰야

등록 2021-03-18 20:39수정 2021-03-19 02:46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17일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피해자는 성추행 폭로 252일 만에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달라”며 ‘2차 가해’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17일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피해자는 성추행 폭로 252일 만에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달라”며 ‘2차 가해’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18일 거듭 사과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 캠프의 남인순·진선미 공동선대위원장과 고민정 대변인도 이날 저녁 잇따라 사퇴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폭로 252일 만인 지난 17일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가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달라”고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피해자 회견 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받고 싶다”면서도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조처에 대해선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아 ‘무늬만 사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박 후보가 그들을 선대위에 기용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선택이었다. 세 의원이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선대위에서 물러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친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는 글이 잇따르며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인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를 낸 민주당을 비판하고 박영선 후보 캠프 참여 인사에 대한 조처를 요구한 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인데, 과도한 억지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피해자 회견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진 책 <비극의 탄생>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페이스북에 “내 책은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증언을 담고 있다. 논박할 자신이 있으면 출판금지, 판매금지 처분을 걸어 법의 심판을 의뢰하라”고 피해자를 향해 말했다.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씨는 법원 판결, 국가인권위원회 판정을 들어서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가 규명됐다고 하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유신 시절 인혁당 유죄 판결로 모든 진상이 가려졌다는 주장과 한 맥락”이라고 썼다. 둘 다 지나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인권위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비난을 멈춰달라고 한 피해자의 직접 호소조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략’으로 몰아가는 건 그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진영 논리,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피해자를 향해 쏟아내는 도를 넘는 언행은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지금은 피해자가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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