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지난해 매출이 크게 줄고 순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20% 가까이 줄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로부터 연봉을 63% 더 받았다. 명색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총수가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기는커녕 ‘나홀로’ 보수를 올린 것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17억3천만원, 한진칼에서 13억6천여만원 등 총 3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2019년보다 11억여원(63%)이나 급증했다. 반면 대한항공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6818만원으로 2019년에 비해 1264만원(16%)이나 줄었다. 코로나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순환휴직 등 자구 노력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도 직원들의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빈말에 그친 것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7조4천억원으로 한해 전의 12조원에 비해 5조원 가까이 격감했다. 순이익도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한진칼도 매출이 줄고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조 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사장에서 승진하면서 급여가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했다. 이런 궁색한 변명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산업은행 등을 통해 대한항공에 자구 노력을 전제로 1조2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수혈했다. 또 항공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명분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했다. 이런 지원이 총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조 회장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조 회장은 부적절한 연봉 인상분을 반환하는 게 순리다. 이런 황당한 일을 방치한 사외이사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