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지난 26일 검찰에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 쪽 요청으로 소집된 수사심의위는 3시간여 동안 회의를 진행한 뒤 위원 8 대 6의 표결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이어 또다시 수사심의위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검찰권 행사의 남용을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수사심의위 제도가 ‘재벌의 보호막’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수사심의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 중단이란 결론에 도달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수사심의위의 ‘깜깜이’ 운영이 되풀이된 것이다. 또 표결 결과를 보면, 위원 8명이 수사 중단 입장이었지만 기소 여부에 대해선 7 대 7로 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 이 사건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위원 가운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위원도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래서는 수사심의위의 권고가 설득력과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불법 승계 사건 때도 전격적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양창수 위원장이 공정성 시비 끝에 직무 수행을 회피했고, 삼성을 적극 옹호해온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수사심의위를 활용한 것은 사건을 여론전 형태로 끌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만한 사안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를 받아 검찰에 넘긴 이 사건은 수사 경위나 사건 성격에 비춰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볼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팽팽했고 최종 결론도 권고적 효력만 갖는 만큼 검찰은 객관적 증거에 입각해 소신껏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바란다. 수사심의위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위원 구성이나 회의 운영의 객관성·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아직 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초 취지에 충실하게 시민사회가 검찰권 남용을 감시하고 방어력이 부족한 약자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