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김 실장이 전세를 준 서울 청담동 아파트의 보증금을 ‘임대차 3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큰 폭으로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가 채 안 돼 이뤄진 조처다. 김 실장은 이날 아침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지체 없이 수용한 것은 이 사건이 가뜩이나 들끓는 민심을 악화시켜 4·7 재보선에 악영향을 주고 부동산 정책 신뢰를 해칠까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측면에서 김 실장의 사퇴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문제가 된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줘왔는데,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올라 그 인상분을 채워주려다 보니 증액이 불가피했다는 게 김 실장 쪽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김 실장 부부의 예금액이 14억원이나 됐던 만큼, 의지만 있었다면 전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증액분을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김 실장이 전세금을 올린 시점이, 계약 갱신 때 전세금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법’ 시행 이틀 전이었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온 청와대의 최고위직 참모다. 전월세상한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줄곧 도입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집주인들이 선제 대응에 나서면 오히려 전셋값을 상승시킨다”는 보수세력의 반대로 입법이 좌절됐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제 대응’으로 전세금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으니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정부 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으로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핵심 이유는 현 정부 역시 기득권을 챙기는 데는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국민의 따가운 인식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며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김상조 실장 경질이 청와대 참모들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부동산 정책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