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소위원장이 2020년 11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과 가족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법상 상한선인 5%보다 높게 올려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재산신고 자료를 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말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금을 5억4천만원에서 5억9천만원으로 9.3% 올려 받았다. 지난해 7월 법 시행 이틀 전에 전세금을 14.1% 올려받은 김상조 전 실장과 ‘판박이’다. 임대차 3법은 지난해 6월 초 발의돼 7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겉으로는 세입자 보호를 내세우면서 정작 자신은 법 시행 직전 ‘꼼수 인상’을 했으니, ‘몰염치’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2019년 12월 배우자 명의의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세금을 5억3천만원에서 6억7천만원으로 26% 올려 새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 송 의원은 “당시는 임대차 3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 의원이 지난해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상당한 정도의 임대료 인상은 규제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가 된 상태”라고 발언한 데 비춰 보면, 시점을 떠나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해 5월27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금을 4억3천만원에서 5억3천만원으로 23.3% 올렸다. 주 원내대표 쪽 역시 “임대차 3법 논의 이전에 계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민의힘은 임대차 3법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한꺼번에 전세금을 1억원씩이나 올린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입만 열면 서민과 민생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세입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일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여야는 지난 16일 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하고도 조사 주체 등에 대한 이견 탓에 실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30일에도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한 반면, 국민의힘은 감사원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야는 더 이상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신속히 조사 주체를 확정해야 한다. 또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전세금 편법 인상까지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