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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업장 ‘5인 미만 쪼개기’ 만연, 법 개정 서둘러야

등록 2021-04-01 18:49수정 2021-04-02 02:09

권리찾기유니온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국공인노무사회관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300일 맞아 사업장 실태와 경과를 설명하는 언론발표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권리찾기유니온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국공인노무사회관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300일 맞아 사업장 실태와 경과를 설명하는 언론발표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근로기준법 등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적용을 피해가려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이 1일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수법과 규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드러난 사례는 영세 사업주들의 어려움을 살핀다는 5인 미만 사업장 예외 조항이 어떻게 악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빌미로 도급업체 소속 10여명을 집단해고했는데, 부당해고라고 항의했더니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하나의 사업장을 둘 이상으로 쪼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던 것이다. 이 공장의 노동자 수는 1000명이 넘는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조사한 80개 사업장의 실태를 보면, 하나의 사업장을 서류로만 2개 회사로 쪼갠 경우가 73.8%나 됐고, 심지어 10개 이상으로 쪼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시 노동자를 임시직이나 사업소득자로 둔갑시켜 법 적용을 피해가는 수법도 절반 가까운 사업장(43.8%)에서 확인됐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부당해고가 함부로 자행될뿐더러,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초과근로수당과 연차휴가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엄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근로기준법 11조는 이 법의 규정을 상시 5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되, 4인 이하 사업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사업장의 60%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364만8천여명 가운데 132만4천여명(36.3%)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11조는 지난 31일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올해 초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속에도 판박이처럼 새겨져 있다. 노동계가 근로기준법 11조를 반드시 개정해야 할 ‘전태일 3법’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다.

국회는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했으나, 보수 야당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빼앗는 방식이 아닌, 법을 지키고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영세 사업자를 위한 길임을 정치권은 명확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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