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림픽위원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7월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도쿄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기회로 만들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북한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다해야겠지만, 국제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성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이 6일 ‘조선체육’ 누리집을 통해 올림픽 불참 결정을 공개하면서 밝힌 이유는 “코로나19 보건 위기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1년 넘게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를 봉쇄하고 방역에 집중해온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을 최소화하고 남북 대화, 북-미 대화에도 당분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도쿄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이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텄던 정부로서는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컸고, 일본 역시 올림픽을 통해 북-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밝혀왔다.
북한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가 북한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상황을 바꾸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초 한-미 연합연습이 실시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다”는 담화를 내는 등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보건 위기’ 문제 해결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불참 결정을 재고하도록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 모멘텀을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북한의 태도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등을 고려하면 ‘플랜 비(B)’도 마련해야 한다. 미-중 갈등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정세가 더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빈틈없이 관리하면서 조건이 성숙할 때 의미 있는 대화를 성사시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조급함보다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