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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핀셋 방역’으로는 ‘4차 유행’ 못 막는다

등록 2021-04-09 19:21수정 2021-04-10 02:34

3차 유행 초기 시행착오 반복될 우려
오세훈 시장 ‘독자 방역’도 걱정 키워
‘거리두기 강화’ 전문가 제안 따라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정부가 9일 코로나19 ‘핀셋 방역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는 유지하되, 수도권과 부산의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부산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을 불러온 유흥주점 등 특정 위험 시설만을 대상으로 방역 강도를 높이는 방안인데, 정부 스스로 “4차 유행 초기 단계로 3차 유행보다 더 큰 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는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사흘 연속 600~700명대를 기록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주간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 수는 559명으로,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기준을 훌쩍 넘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전증 논란 끝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되는 등 정부의 ‘백신 속도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들려오는 모양새다. 정세균 총리가 8일 토로한 대로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방역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3차 유행 초기에 단계 상향을 머뭇거리다 피해를 키웠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핀셋 방안’에는 절박한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재 감염 양상이 특정 시설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과거와는 달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시설을 겨냥한 ‘핀셋 방역’이 효과를 낼지 걱정스럽다. 최근 2주간 확진자 개별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40%로 집단감염(28%)보다 훨씬 많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용한 전파’를 일으킬 감염원이 넓게 퍼져 있어 언제 어디서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뒷북 방역’만 되풀이하다 화를 키울 수 있다. 정부가 “1~2주 만에 더블링(하루 확진자 수가 갑절로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처럼 미온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안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 자영업자들의 고통 등을 이유로 들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지금까지와 같은 일률적인 틀어막기식 거리두기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밤 9시, 10시 이후 영업금지와 같은 중앙정부 대책은 재고돼야 한다”며 ‘독자 방역’ 방침을 밝힌 것도 걱정을 키운다. ‘맞춤형 방역’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자칫 방역 전선에 혼선을 부를 수 있다. 지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감염 확산을 막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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