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21일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크리스티아나케어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뉴어크/AFP 연합뉴스
전직 국가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등 175명이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앞으로 공개편지를 보내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제약사들의 백신 독점권을 풀어 세계 각국이 복제약을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신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시의적절한 목소리다.
공개편지에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제정치와 학술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임을 고려할 때, 이 편지는 인류 공동체의 공생을 위한 고심에 찬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분배 현황을 보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부유한 국가들이 전체 물량의 87%를 차지한 데 비해, 저소득 국가들이 확보한 물량은 0.2%에 불과하다. 가장 널리 접종되는 백신 제품들의 특허를 보유한 미국은 오는 7월 말이면 3억회분 이상이 남아돌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반면, 50개 국가에선 단 한명도 백신을 맞지 못했다.
백신 양극화는 코로나19 백신의 비싼 독점가격보다 생산물량 부족에서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이 때문에 부유한 국가들은 웃돈을 줘가며 백신을 사재기해왔고, 주요 생산국들은 백신의 역외 반출을 막고 있다. ‘세계 백신 공동분배 프로젝트’(코백스)도 유명무실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물량 부족에 따른 ‘백신 이기주의’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전세계가 다 같이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늦춰지고, 미국도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공개편지는 ‘평등한 백신 인권’에 대한 호소이자 자국 제약사들 이익만 챙기다가는 ‘소탐대실’할 거라는 경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의 요청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