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처가 취해진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집단수용시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장애인의 열악한 인권 현실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크게 환기되고는 한다. 그러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오히려 1년 365일 가운데 364일을 무관심과 차별, 소외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더욱 절감할지도 모른다. 장애인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지 못한 채 연민과 시혜의 일회성 관심에 머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내건 구호가 ‘동정의 땅에서 권리의 들판으로’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두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여느 해보다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깊은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19일 울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간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65%가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크게 줄면서 장애인의 외출 횟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이에 따라 늘어난 돌봄 부담을 보호자가 오롯이 떠안고 있었다. 장애인이 느끼는 답답함과 분노 같은 심리적 어려움도 훨씬 늘었다.
장애인들이 맞닥뜨린 집단감염의 위험도 비장애인들보다 가혹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의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인 ‘신아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비감염자까지도 한동안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애인을 손쉽게 집단수용해온 오랜 정책 기조가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의 20일 보도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장애인 확진자의 사망률(7.5%)이 비장애인(1.2%)보다 6배나 높았고, 백신 접종에서는 장애별 특성을 고려한 정보 제공이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재난이 닥치는 순간 장애인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2017년 포항 지진 때 장애인 대피 대책이 전무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재난 매뉴얼에 장애인 관련 내용이 없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급한 상황에선 동정과 시혜가 발현되기 어려울뿐더러, 그렇지 않은 때에도 장애인들은 숱한 어려움과 난관이 일상이다. 탈시설과 이동권을 비롯해 장애운동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장애인의 보편적 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재난 대책이다. 길어지는 코로나 위기 속에 맞은 장애인의 날이 이런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