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후행동 회원들이 23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상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변화는 오고 있다.” 미국 탄광노조가 지난 19일 낸 보고서의 내용이다. 석탄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 아래 탄광 노동자들은 ‘광부와 그들의 가족, 지역사회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주창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지구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요구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이들을 무역 장벽으로 내몰거나, 기술표준 확립 과정에서 배제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눈앞의 부담을 앞세워 머뭇거리고 있지 말고,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22~23일 열린 기후정상회의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의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상황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에서 50~52% 줄이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목표치를 크게 높였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까지 했던 미국이 이렇게 태도를 바꿈에 따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은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감축 목표에서 원래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경제 타격 없이 급격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자꾸 발을 빼기만 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기후정상회의와 관련해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며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23일 정부에 요청했다. 기업들이 ‘부담’만 앞세우고, 대응 태세를 능동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탄소 중립’ 실현에는 ‘탈탄소’ 기술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는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퇴로가 없다는 자세로 기술혁신에 적극 나서면서,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