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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산·소득 비례 벌금제’ 도입 늦출 이유 없다

등록 2021-04-26 18:01수정 2021-04-27 02:39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의 날인 25일 ‘벌금을 재산·소득에 비례해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벌금형은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하는데, 같은 죄를 지어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의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며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비교적 늦었다는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참에 적극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문제다.

같은 죄를 범한 대가로 같은 처벌을 받아도 누구에게는 ‘솜방망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가혹한 채찍’이 되는 건 분명 모순이다. 빈곤·저소득층의 경우 벌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벌금 납부 대신 노역장에서 일하는 ‘환형유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는 일까지 빈번하다. 반면 같은 액수의 벌금이 자산가나 고소득자에게는 ‘푼돈’일 수 있다. 죄에 대한 처벌의 형평성과 범죄 억지력이 경제적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셈이다.

이런 폐단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민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게 ‘일수 벌금제’다. 벌금을 특정 액수가 아니라 ‘날수’로 선고하고 이 날수에 피고인의 하루치 일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곱해 총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하루치 일당을 산출하면 경제적으로 평등한 형벌이 된다.

이 같은 새로운 벌금제도를 이 지사가 ‘재산 비례 벌금제’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재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해야 한다며 “재산이 많은 사람을 벌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근거와 논리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제안이 재산과 소득을 포함한 경제력에 비례해 벌금을 정하자는 취지인 만큼 지엽적인 문제로 보인다. 윤 의원도 핀란드에서 2015년 과속으로 적발된 기업인에게 우리 돈 약 7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사례를 소개하며 소득에 비례한 벌금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경제력에 연동하는 벌금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으나 제도화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70% 이상의 시민들이 이 같은 벌금제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도입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벌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실상 징역형인 강제노역 대신 사회봉사 등 다른 형태로 교정의 기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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