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자영업자도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27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제4차 건강가족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취업 형태나 고용 형태에 따라 적용 대상이 제한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은 적용 대상 제한 못지않게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도 심각한 문제다. 바뀐 제도가 자칫 ‘그림의 떡’이 되지 않게 하려면 뒷받침돼야 할 관련 대책이 한둘이 아니다.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비전통적인 일자리는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져 머잖아 전통적인 일자리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육아휴직의 사각지대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의 목표대로라면 사실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모든 취업자가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이 된다. 적어도 취업자 사이의 형평성을 해치는 제도적 걸림돌은 제거되는 셈이다.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출생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적용 대상을 확대해도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대상자는 남녀를 합쳐 105.4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육아휴직자 수는 22.8명으로, 21.6%에 그쳤다. 특히 남성은 1.8%에 불과했다. 이조차 공무원과 공기업,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조차 쓰지 못하는 이유가 ‘신분 불안’ 탓인 건 물론이다. 지난해의 한 조사를 보면, 사립유치원 교사의 40%가량이 “육아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립유치원에 만연한 ‘1년 계약’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성가족부는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급여 소득대체율을 통상임금의 50%에서 80%로 높이고, 월 최대 급여도 12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장 고용보험의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육아휴직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시나리오, 예산 계획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 누구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하려면 여가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 한명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 육아휴직 대상을 확대하고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전체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