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산균 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제기돼 보직 해임되고, 이광범 사장이 3일 사퇴함에 따라 남양유업은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물러났다. 이사진을 새로 꾸려야 할 상황이다. 홍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새 이사진에 대주주 일가를 제외하는 등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대주주인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한 것은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세포 단계’ 실험에 불과한 것을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발표했고, 보도자료도 냈다. 한때 주가가 뛰고,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그러나 잠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회사를 고발했고, 세종시는 불가리스 생산공장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예고했다. 남양유업은 청문회를 요청해 시간을 벌었다.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소비자 불매운동보다 타격이 클 것이다.
남양유업과 홍 회장 일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13년에는 이른바 ‘대리점 갑질’이 드러나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지난해엔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쟁사 제품을 비난하는 글을 대량으로 뿌렸다가 회장 등 경영진이 입건됐다. 지난달에는 홍진석 상무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보직에서 해임됐다. 홍 회장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남양유업과 홍 회장 일가가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대리점은 동업자요, 경쟁사는 혁신을 자극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없었다. 최대주주 일가라고 해서 회삿돈을 개인 돈처럼 여기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 그래서는 변화하는 시대와 함께 갈 수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하려 했던 얄팍한 상술은 결국 거센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다른 기업들도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