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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되살아난 ‘수영복 미스코리아’, 지금 이럴 땐가

등록 2021-05-11 18:22수정 2021-06-25 19:29

지난 9일 오후 6시 유튜브 채널 <뷰티 한국>서 생중계 된 ‘2021 미스코리아 서울 예선’장면. <뷰티 한국>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9일 오후 6시 유튜브 채널 <뷰티 한국>서 생중계 된 ‘2021 미스코리아 서울 예선’장면. <뷰티 한국> 유튜브 채널 갈무리

9일 열린 미스코리아 대회 서울 지역 예선에서 참가자들의 비키니 수영복 영상이 상영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회의 수영복 심사는 여성 외모에 대한 편견 조장과 성상품화라는 오랜 비판을 받아오다 주최 쪽인 한국일보사가 2019년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 올해 지역 예선에서 변칙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심사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하나, 좀처럼 시대착오적인 성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무대 심사를 영상으로 대체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주최 쪽은 수영복 심사 폐지를 선언한 2019년에도 수영복 영상을 상영하는가 하면 여성 속옷인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변형 한복 차림으로 심사를 진행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형식만 바꿔가며 어떻게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려는 집요함마저 엿보인다. 이번 일은 지역대회 주관사 차원에서 벌어져 본사가 주의를 줬다는데, 본사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미스코리아 같은 미인대회의 수영복 심사 폐지는 국제적으로도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가 가장 긴 미국의 미스 아메리카도 2018년부터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 변화는 참가자의 옷차림에 그치지 않는다. 미인대회 자체의 퇴조 흐름도 뚜렷하다. 한때 황금시간대를 차지하던 행사 생중계도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방송사 스스로 변했다기보다 수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뒤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서 거리두기와 집합금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많은 사람이 실내에 모여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 행사를 하는 게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도 없이 긴 시간 무대 위에서 단체로 공연을 벌였다. 객석에서도 거리두기 수칙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의 예선이 지난달 말부터 8월까지 전국 12개 지역을 돌며 이어질 예정이다.

주로 연예계에 국한되기는 했으나, 미스코리아 대회가 한때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 경로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또 자신의 기준에 맞춰 몸을 건강하게 단련하는 등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여성들도 크게 늘고 있다. 여성의 외모 기준을 획일화하는 미인대회의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미스코리아 선정성 논란’ 관련 보도문

지난 5월11일 본지 12면 ‘노마스크에 비키니 영상…선정성 덧칠 ‘미코 대회’’ 및 12일자 ‘되살아난 ‘수영복 미스코리아’ 지금 이럴 땐가’ 제하의 기사와 사설 관련, 한국일보 및 글로벌이앤비는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 방송 출연은 마스크 미착용이 허용되고, 해당 행사는 일반 관람객 참석 금지 및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2019년 진행된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한복 패션쇼’는 전년도인 2018년 미스코리아 당선자들의 축하무대로서 심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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