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소집된 김부겸 국무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서병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왼쪽)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간사와 여당 의원들과 대화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도 12일 “최소한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강력히 전달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엔 ‘논란 후보자’ 임명을 청와대가 밀어붙일 경우 여론 악화와 정국 파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오만과 독주에 회초리를 든 4·7 재보선 민심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처라고 본다.
가족 동반 국비 출장과 위장전입, 논문 표절(임혜숙), 외교관 직위를 이용한 부인의 도자기 밀반입(박준영) 등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의혹을 고려하면, 논란 후보자들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직무 수행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능력에 따른 발탁 인사’라는 입장을 밝힌 터라,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임명에 반대하면 ‘레임덕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은 좀더 당당하게 논란 후보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판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 역시 민주당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이란 생각으로 여론의 흐름을 거스르는 건 더 큰 혼란을 키울 뿐이다.
각료 임명의 최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의견을 수렴해 그 권한을 행사하라는 게 인사청문회 제도의 취지다. 국회와의 소모적 갈등을 피하고 5년 차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선, 아쉬움이 남더라도 문 대통령이 한 걸음 물러서는 길밖에 없다. 임명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임혜숙·박준영 후보자만큼은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국민의힘에도 당부한다. 장관직 수행에 부적격한 후보가 있다면, 그 사유와 의견을 인사청문보고서에 담아 청와대로 보내면 된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그와 별개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략으로 비칠 뿐이란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