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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고사포 불러 접경주민 생명 위협하는 대북전단

등록 2021-05-14 18:41수정 2021-05-14 18:54

2020년 6월19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사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통일촌 농산물 직판장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2020년 6월19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사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통일촌 농산물 직판장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살포한 직후인 지난달 말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고사포를 좀 더 남쪽으로 전진 배치했다고 한다. 탈북민 단체가 전단을 담은 풍선을 북쪽으로 날려 보낼 경우 북한으로 넘어오지 않게 고사포를 쏘아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만약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상공의 풍선을 겨냥해 고사포를 쏠 경우 포탄 파편이 남쪽인 경기도, 강원도 접경지역에 떨어진다. ‘삐라를 뿌리면 포탄으로 돌아온다’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접경지역 주민 생존을 위협하고 분쟁 확대의 불씨를 키우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대북전단을 뿌리는 쪽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다.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생명권 보호’를 호소한다. 대북전단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최종환 파주시장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어 “대북전단이 살포될 때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불안감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도 같은 주장을 했다. 접경지역 주민 안전 보장을 위한 휴전선 일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 대북전단을 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탈북민 등이 지난 13일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형법상 여적죄(적국과 합세해 한국에 맞서는 죄)로 검찰에 고발한 일은 한국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어느 수준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남북 간의 우발적 군사 충돌은 한반도 평화를 송두리째 태우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군사분계선 부근은 군사 대치가 너무나 첨예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남북은 2014년 10월 대북전단 문제로 고사총과 기관총을 쏘며 충돌한 바 있다. 당시 온 국민이 전면전으로 번질까봐 공포감에 며칠 밤잠을 설쳐야 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북한군의 고사포 전진 배치도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고,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북한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언행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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