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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진영·지역 넘어, 시대정신 모아내는 5·18 되길

등록 2021-05-17 18:34수정 2021-05-18 02:09

국민의힘에 손 내민 유족회, 뜻깊어
5·18은 이미 민주화운동 국제적 전범
양극화 해소에서 계승의 가치 찾아야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추모제'에서 정운천(오른쪽)·성일종(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가운데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수 정당 소속 의원들이 5∙18 민주유공자유족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추모제'에서 정운천(오른쪽)·성일종(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가운데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수 정당 소속 의원들이 5∙18 민주유공자유족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5·18 민주화운동이 41주년을 맞았다. 정치권의 관심은 ‘불혹’의 해였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뜨겁다. 5월 들어 여야 할 것 없이 유력 정치인들이 이미 앞다퉈 광주를 찾았다. 코로나19 탓에 18일 공식 기념식은 2년째 제한된 인원으로 치러지지만, 참석자 규모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참석자 마음가짐의 온전함이다. 정치적 진영을 넘어 모두가 어느 해보다 숙연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41년 전 광주 시민들이 피를 흘려 지키려고 했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형식과 내용 모두 ‘우리들의 오월’이라는 주제에 모자람이 없는 기념식이 되었으면 한다.

공식 기념식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것이 17일 유족회 등이 주최한 추모제다. 이 자리에 정운천·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보수야당 소속 의원으로는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41년 전 광주에서 시민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신군부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두 의원이 5월 단체들의 숙원이었던 5·18 공법단체 설립과 직계가 아닌 형제·자매도 유족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통과에 힘을 쓴 것에 보답하는 차원이라고 하나, 피해자들이 손을 내민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국민의힘이 유족회의 뜻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

5·18 민주화운동은 1995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되고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음에도 40년이 넘도록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적 진영과 지역의 벽을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했을뿐더러, 고귀한 희생의 가치마저 조롱과 폄훼의 대상이 돼왔다. 심지어 거대 보수 정당과 언론까지 나서 시민군 다수가 북한 특수군이었다는 파렴치한 왜곡을 일삼는 것도 눈 뜨고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이른바 ‘5·18 왜곡 처벌법’이 만들어진 뒤 이런 행위가 잦아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더 중시해야 할 것은 보수 진영이 광주와 5·18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된 오늘의 현실이다.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우리 국민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41년 전 경험을 우리가 깊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이런 모습을 본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존재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19년 홍콩에 이어 올해 미얀마에서도 5·18은 저항적 민주화운동의 교과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구보다 광주를 찾는 정치인들이 잘 알 거라 본다.

5·18 민주화운동은 권력을 찬탈한 군부에 대한 저항을 넘어 모든 억압에 맞선 자율적인 연대 정신의 발현이었다. 여기에 어설프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투영하려는 시도는 그 이름이 ‘자유민주주의’가 됐든 다른 뭐가 됐든 5·18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국가가 5·18의 완성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발포 명령자를 규명해 처벌하고, 실종자를 끝까지 찾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가 5·18 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승화하고자 한다면 국민을 극한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데서 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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