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6살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다. 이 어린이는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 7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된 뒤 아버지를 다시 만났으나, 어머니와 형제 4명은 숨졌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6일(현지시각)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42명이 숨졌다. 지난 10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충돌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197명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무력 충돌 중단 방안을 찾기 위해 첫 공개 화상 회의를 열었지만,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미국이 이번에도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강력히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의 이익 앞에선 눈을 감는 모습이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진한다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미국이 이중잣대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더 이상은 이스라엘의 잔혹한 민간인 공격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 정책을 멈추도록 바이든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이 이번 사태를 미국의 ‘인권 외교’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행태도 볼썽사납다. 이번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단지 한 나라의 반대 때문에 안보리가 한목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동안 미얀마 군부의 폭력에 대한 안보리의 공동 대응을 ‘내정간섭’이라며 막아온 중국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그건 위선과 다를 바 없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