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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중립’ 흔드는 국민의힘의 ‘최재형 대선 호출’

등록 2021-05-21 18:14수정 2021-05-21 22:11

최재형 감사원장이 2020년 11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2020년 11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을 야권의 대선 잠룡으로 거론하며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당이 대선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도라는 게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사정기관의 최고책임자를 대선판에 끌어들이는 건 본인은 물론 감사원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최 원장을 거론하며 “대권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에 속한 후보들이 적절한 시점에 국민의힘의 통합 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19일 “당 밖의 유력 주자들이 대선 경선에 참여하도록 문을 활짝 열겠다”며 최 원장과 윤 전 총장 등을 거명한 뒤 “당 밖의 주자 누구나 흔쾌히 참여하도록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가 잇따라 최 원장의 대선 참여 분위기를 띄우는 건 원전 감사 등을 통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최 원장의 ‘반문재인’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게 될 경우에 대비해 예비 주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최 원장은 감사원이라는 국가 핵심 사정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고위공직자이다. 이런 그가 야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으며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 활동 또한 정치적으로 비쳐지게 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최 원장의 경우 현직에 있고 본인이 정치 활동이나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정당에서 자꾸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깊이 새기기 바란다.

최 원장도 감사원장이라는 자신의 직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선 주자로 거명되는 데 대해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현직에 있으면서 잇단 정치적 행보로 검찰의 중립성에 손상을 입힌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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