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여야 국회의원·소상공인 자영업자 신속한 손실보상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5월 안에 마무리 짓겠다던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이 6월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애초 4월 처리를 약속했다가 정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달을 미루더니, 5월이 다 가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쯤이면 ‘희망고문’이다. 정부·여당이 공언한 손실보상이 곧 이뤄지리란 기대로 은행 대출을 받거나 카드 빚을 내 근근이 버텨온 자영업자들로선 일분일초가 피 마르는 고통일 것이다.
당정의 이견은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연 손실보상 입법청문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등 소관 부처의 실무책임자, 외식·여행업 등 피해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청문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쟁점인 ‘소급 적용’과 관련해 “중복지원, 형평성, 집행 시 정산 등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수했다.
코로나 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영업금지와 제한 등 방역수칙을 따랐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소급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에 자영업자들은 야속할 수밖에 없다. 손실보상 대상을 영업금지·제한 등 행정명령을 받은 자영업자로 제한하고, 보상 규모 역시 손실의 크기에 따라 차등을 두면 정부가 우려하는 중복지원과 형평성 논란은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재원 문제 역시 정치권이 제안한 예산 조정과 공적자금 미회수분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채 발행도 각오해야 한다.
이날 여야 7당 의원 115명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치는 늘 민생을 외치지만, 국민의 희생과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야말로 민생”이라며 손실보상제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국회에는 이미 20여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애초 손실보상에는 찬성하면서도 소급 적용에는 부정적이었던 민주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입장을 바꿨다. 여야가 특정 현안에 대해 이처럼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정 간 이견을 좁히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국민이 겪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반대한다고 입법을 무한정 미룰 일이 아니다. 여당이 입법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희망고문’은 5월로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