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이동식 에어컨으로 열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부산의 한 보건소에 소속된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과중한 업무가 심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이들의 간절한 구조신호에도 우리 사회가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을 아프게 일깨운다. 무엇보다 이들의 헌신에만 기대온 정부에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의 가혹한 희생으로 버티는 방역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
고인은 최근 동일집단(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을 새로 담당하면서 극심한 압박과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지난 토요일에도 출근해 일한 뒤 이튿날 아침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비보가 알려지면서 보건소 간호직을 비롯해 방역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간호직 공무원들의 초과근무는 월 100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비상이 걸리는데다 검체 채취, 역학조사 등 온갖 업무를 떠안고 있는 탓이다. 특히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격리 이탈자를 고발하는 일은 대상자들의 비협조로 가장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낳고 있다고 한다.
방역과 관련한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인력과 보상으로라도 지원했어야 한다. 더구나 보건소 간호사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 대한간호협회의 조사에서 전국 보건소 142곳에서 601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위기가 1년을 훌쩍 넘겨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인력 충원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다. 한동안은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들이 얼마를 더 일했든 한달 67시간만 초과근무로 인정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코로나19 초기에 정부는 ‘덕분입니다 챌린지’로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는 더없이 인색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스로 대구에 찾아가 헌신한 의료인들에게 제때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건 일례일 뿐이다. 크게 보면 이번 비극은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도 닿아 있다.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비극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방역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