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비교섭단체 5개 야당도 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반면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하면 뒤따르겠다고 공언했던 제1야당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아닌 감사원에 의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원법은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권한이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조사를 의뢰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의힘이 ‘보여주기 쇼’로 시간을 끌며 의원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5개 야당은 이날 오후 권익위를 찾아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했다. 앞서 권익위에 의뢰해 두달여간 전수조사를 받은 민주당 선례를 따른 것이다. 민주당 의원 12명의 불법 의혹을 제기했던 권익위는 이번에도 엄정하고 공정한 조사로 국회의원들의 투기 여부를 검증하길 바란다. 권익위원장이 여당 출신이라는 데 따른 일각의 ‘편파 조사’ 우려 또한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국민의힘은 혼자서만 감사원에 전수조사 의뢰를 강행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감찰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라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기현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여당만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의뢰를 거절할 경우 현행법을 개정해 감사원에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원법 24조가 ‘삼권분립 원칙’에 의거해 만들어진 조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쉽게 법 개정을 운운할 사안은 아닌 듯싶다. 오히려 법 개정을 핑계 삼아 시간을 끌며 전수조사를 피해보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오죽하면 합당이 거론되는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을 했겠나.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계속 고집한다면, 전수조사를 통해 소속 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무더기로 드러날까봐 겁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이준석 돌풍’으로 살아난 당 쇄신의 기대감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이다. 권익위 의뢰 등 실효적인 전수조사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