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아파트·상가 등 4채를 소유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에스에이치·SH) 사장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논란에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의힘이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와중에 가장 먼저 깃발을 든 셈이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민주택 공급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다주택자를 임명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라며 “지난번에 문재인 정권 국토부 장관 임명 때도 3주택자라고 그 임명의 부당성을 지적한 일도 있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4주택자였다면 그건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현아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지난 2019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주택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강하게 질타했던 것을 가리킨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부동산 투기와 꼼수 절세에 성공한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 규제 정책에 공감한다고 하니 국민은 화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의 정답을 제시하고 몸소 실천하여 성공사례까지 보여주었다”고 논평했다.
홍 의원은 “오세훈 시장님이 그걸(김 후보자의 다주택 소유 사실) 알고 임명을 추진했을 리는 없지만 뒤늦게 그런 부적절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기존 주택을 매각하겠다고 한다고 그 잘못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가 논란이 되자, 부산 아파트·오피스텔을 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서초구 상가는 그대로 두겠다는 뜻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홍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엘에이치(LH) 광풍으로 당선된 서울시장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거듭 지명 철회를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홍 의원을 제외하곤 공개적으로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이가 없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저는 그 얘기를 피상적으로 들어서 정확히 어떤 일 있었는지 파악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우리 당에서 부동산에 관한 전문성 가진 인사다.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으로 결론 냈지만 오 시장이 시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 앞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평소 여권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던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현아 후보자는 남한테 짐을 팔라고 하거나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판단이 잘 안 선다. 국민 정서상 괴리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우리 당이 예전에 여권 향해 발언한 게 있어서 애매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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