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최종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 인해 안 대표의 내년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안 대표의 ‘독자 행보’ 선언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 거의 소멸됐던 ‘제3지대론’이 다시 부각되는 등 야권 대선 구도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4·7 재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4월28일 주호영 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통합에 합의하며 실무협상까지 진행시켰던 그는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 쪽으로 돌렸다. 그는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며 “합당을 위한 합당,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감정적 앙금이 합당에 결정적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안 대표의 일방적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맹비난을 퍼붓기보다는 향후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하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자세를 보였다. 양준우 대변인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정권교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앞으로의 행보에는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을 선언한 안 대표는 대선 독자 출마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정권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합리적인 중도층을 대변하고자 한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1야당의 대선 후보군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포지셔닝을 중도층에 두고 이들을 야권 지지층으로 흡수하기 위한 자신의 비중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아닌 ‘제3의 야권 후보’로서 최대한 근육을 키워 내년 3월 대선 직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제3지대’에서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인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성인 2031명에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느냐”고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표본오차 ±2.2%포인트), 안 대표는 2.3%에 그쳤다.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질문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은 5위였다. 4·7 재보선 승리와 이준석 대표 당선으로 국민의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정치인 안철수’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다만 여야 대선 후보 구도가 완성될 때까지 안 대표가 제3지대를 지키고, 더욱이 여야 대선 구도가 팽팽한 박빙으로 치달을 경우, 중도층에 영향력이 있는 안 대표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몸값이 훨씬 더 뛸 가능성도 적진 않다. 안 대표로선 불리한 조건을 안고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현재 지지율에서 자신을 앞서는 당내 후보들과 경선을 치르기보다는, 차라리 국민의힘 바깥에 남아 독자 행보를 하면서 중도층을 기반으로 ‘야권 단일화’를 노리는 쪽이 정치적으로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안 대표는 당분간 당을 추스른 뒤, 제3지대 ‘파이 키우기’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손을 잡는 방식이 유력하다. 안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국가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만나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잇따른 입당에, 국민의당과 합당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 그림을 조기에 완성하려 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 결렬로 선거 막판까지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그러나 합당 결렬 이후에도 ‘야권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놓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으로 복당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합당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안 대표는 야권 후보로 내년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국민의힘과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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