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밤에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가 별 다른 결론 없이 마무리되며 한바탕 소동으로 끝이 났다. 이날 회의에 불참했던 일부 최고위원은 최고위 안건이 곽상도 의원 제명안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표는 “오해가 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곽 의원 제명 추진을 둘러싼 당내 잡음이 이렇게 표면화한 셈이다.
이날 밤 9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회의에선 곽상도 의원 제명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수진 최고위원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은 국정감사 준비를 이유로 불참했다며 “국감 시작 직전 밤 9시에 최고위를 소집할 정도로 긴박하냐. 탈당한 분을 최고위에서 의결로 의원직 제명을 할 수 있냐”고 반발했다. 1시간40분 뒤 최고위 회의를 마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의혹 티에프(TF) 관련 논의사항이 있어 긴급회의를 했는데 모 최고위원께서 오해한 것 같다”며 “제명 문제 논의를 한다고 본인은 참여를 안 한다고 문자가 왔는데,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엔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이 불참했는데, 조 최고위원이 회의 안건을 잘못 이해하고 반발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회의에선) 전체적으로 (대장동 의혹)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상당히 전략적인 얘기를 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에서 곽상도 제명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조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늘 오후 9시 이준석 대표가 추진한 긴급 최고위 안건은 ‘곽상도 의원 제명’ 하나였음이 여러 군데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 최고위원은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규모를 떠나서 그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냐 △아들의 퇴직금이 논란이 된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타당하냐 △추석 연휴 후, 미국에 다녀오면서, 귀국 일성으로 이미 탈당한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냐 △무소속 의원의 제명 논의가 국감 시작 전날 심야 최고위를 열어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이냐며 곽 의원 제명안 논의를 거듭 반대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곽)상도 수호’ 이런 거 없다. 당대표로서 제명까지 갈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는 게 당연하다. 곽상도 의원과 의정 활동을 같이 오래 했던 우리 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하다”며 당내 의원들의 반대에도 탈당한 곽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명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심야 긴급 최고위 회의 뒤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나오자 이 대표는 ‘현재 곽 의원 제명안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민주당에서 이미 진행해서 그걸 논의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란을 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사실관계나 잘 확인하고 뒤에서 쏘십시오”라고 적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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