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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야 비난 쏟아져도…윤석열 “전두환에 배울 점 있다” 강변

등록 2021-10-19 14:56수정 2021-10-20 02:33

“히틀러·스탈린도 잘했다는 거냐”
“실언 아닌 본인 생각 드러낸 것”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찾아 택시 기사들과 간담회에 앞서 두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찾아 택시 기사들과 간담회에 앞서 두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호남 분들이 많다”며 전씨를 두둔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야 가리지 않고 “호남을 능멸했다”, “단순 실언이 아닌 역사인식의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정치를 잘했다고) 그러느냐? 맡겼기 때문이다.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거”리며 “그 당시 정치했던 사람들이 그러더라. ‘국회는 잘 아는 너희가 하라’며 웬만한 거 다 넘겼다고. 당시 ‘3저 현상’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렇게 맡겼기 때문에 잘 돌아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국정은 그런 거다. 경제전문가가 경제를 다 모른다. 금융·예산 등 다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지역과 출신 등을 따지지 않고 최고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데 어떻게 대통령을 한다는 거냐’는 당내 대선주자들의 공격을 이런 식으로 반박한 것이다. 군 출신인 전씨처럼 상명하복 검찰 조직을 통할해본 자신의 경험으로 국정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지역감정에 기대어 보수층 결집을 노린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 ‘호남 능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주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진상규명조차 완전히 되지 않았다.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으며 “광주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설화를 넘어 윤 전 총장의 참담한 정치관과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전두환의 정치를 찬양하여 호남까지 운운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당장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주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의 아무말 대잔치를 보면서 외신이 한국 대선을 오징어 게임 같다고 조롱하는 것을 이해할 만하다”며 “이런 사람들과 국가 대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적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업들로부터 강탈했고, 이것이 들통났는데도 본인의 노후자금과 자식 상속자금으로 써놓고 국민에게 오리발을 내민 사람”이라며 “군사 쿠테타와 5·18 말고 잘못한 것이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5·18의 아픔 앞에서 인간으로서 공감능력이 없는 건지, 다른 표 계산을 하는 건지, 원래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경악스럽다”며 “이런 몰상식한 후보, 저렴한 역사인식 가진 후보가 보수 정당의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그분이 집권 7년 동안 잘못한 것 많고 정치를 전반적으로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을 주워 담았다. 이어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게 그 후 대통령들이나 전문가들이 다 하는 얘기이며 호남분들 중에도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이전의 설화를 잇는 정도가 아닌 역사인식의 결여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씨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뒤에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학림·부림 사건, 언론통폐합, 삼청교육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인사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역사에서 모든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역적이나 할 수 있는 큰 범죄를 지은 사람한테 어떻게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냐”며 “그런 안목이면 히틀러나 스탈린도 잘했다고 보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윤 후보의 발언은 의도됐다기보다 본래 자신의 생각이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 120시간 노동 발언 등 대체로 30∼40년 전에 사고가 멈춰 시대에 동떨어진 모습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5·18 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오월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5·18 민주화운동 학살 언흉인 전두환을 비호하고 광주와 호남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발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즉시 사죄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망발’한 것을 언급하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대표가 2020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당시 세의원의 발언을 비롯해 5.18정신을 훼손하는 미래통합당 일부 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오월영령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 일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힘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로서 진정으로 기억하고, 오월영령과 광주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총장은 5·18민주화운동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비호한 망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오월단체와 국민에게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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