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 있는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9일 ‘방역지원금’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정책 노선을 당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당내에선 이재명 후보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지만, 이 후보 쪽의 강력한 요구에 더해 ‘이재명 브랜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방역이고, 마스크는 기본 필수품이 됐다. 이 기본 필수품에 대한 구입비를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불가피한’ 지원금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가 지난달 29일 “최소한 1인당 100만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전격 제안했을 때 곤혹스러워하던 당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4일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아니지 않냐”며 이 후보의 거듭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제안에 신중하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 후보가 연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며 “당도 노력해달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자, 후보를 지원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이 후보를 중심으로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 후보의 추진력이 결국 당내 기조 변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민 방역지원금 지급으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물론 현 정부 관료들과 ‘차별화’하고, 일로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과감하게 정책을 통해 이슈를 전환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이 많다”며 “윤석열 후보가 정책적 의제를 던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정책적 주도력을 차별화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깡통과 정책통의 대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와 당정이 갈등하는 양상이 길어지면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민주당 일각에선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혼선을 지속할 경우 여권 전체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내년 1월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야당의 ‘매표행위’ 비판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실제 현금을 지원하면 이를 반대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기류가 강하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8%를 대상으로 지급할 때 오히려 여론이 악화됐던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현금 지원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나라살림 걱정을 하는데, 초과세수분을 활용할 방침이어서 재정적 여유가 있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조윤영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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