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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지지후보 묻자 한숨…“무조건 민주당? 인자 옛날 안같어”

등록 2021-12-22 04:59수정 2021-12-22 09:29

대선 D-77 광주민심…“둘다 별로” 압도적 지지 선 그어
“이재명, 전두환 발언에 실망” “윤석열 ‘갑툭튀’ 공부 더해야 ”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하나분식’을 운영하는 남연희(56)씨가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하나분식’을 운영하는 남연희(56)씨가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민주당 텃밭’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예년 같지 않다며 긴장하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은 ‘해볼 만하다’고 벼르고 있다. 광주·전남이 여야의 ‘전략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19~20일 광주를 방문해 민심을 들어봤다.
 “인자 옛날 안같어. 예전엔 지역으로 해서 투표하고 그랬는데, 이젠 안그래. 그 사람들 공약이나 그런 게 있어야 찍제. 인생이나 그런 것도 많이 보제. 둘 다 가족사가 문제여서 그러제”

지난 20일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문아무개(75)씨는 대선 얘기를 꺼내자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지금까지 줄곧 민주당을 찍어왔다는 문씨는 내년 3월9일 대선에서는 누굴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기본소득도 내 돈 아니다해서 국민들에게 줘분다하면, 그건 잘못됐어. 내가 뼈빠지게 일한건데 왜 다른 사람들 줘야한디”라고 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선 “검찰로만 있어놔서 정치인으로서 더 많이 공부를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윤아무개(62)씨도 “김대중때나 노무현 때는 다른 후보 운운하면 ‘뭔소리여’라고 발끈하면서 찍으라고 설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멈칫한다”며 “다들 속마음을 확 열지 않고 남의 일처럼 관망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지난 19~20일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속내’ 터놓기를 주저했다.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뒷배’가 되어줬던 광주 시민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곤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애증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의심’, 윤석열 후보를 향한 ‘불신’ 등이 뒤섞인 결과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하나분식’을 운영하는 남연희(56) 사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술 한잔 먹고 정치 얘기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드니까 ‘그놈이 그놈이다’ ‘정치에 관심없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분위기가 변했다”고 전했다. 이 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아 ‘노무현 국밥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송정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5)씨도 “예전에 대통령이라고 하면 존경스럽고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누구나 다 되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둘다 별로”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광주·전남 지역에서 이 후보는 57.5%, 윤 후보는 18.1%를 기록했다. 과거 7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했던 민주당 입장에선 ‘집토끼’를 확실히 잡지 못하면 중도 확장 전략에 차질이 올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안팎의 지지율을 보이자 ‘해볼만한 곳’이라고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용호 의원과 박주선·김동철·윤영일 전 의원을 영입한데 이어, 윤석열 후보는 22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래도 이재명 vs 이번엔 윤석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 후보의 추진력과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아무개(45)씨는 “이재명 후보는 진취적이고 추진력 있는건 좋다. 다만 ‘독고다이’같은게 있어서 삐끗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한명훈(72)씨는 “이재명은 그래도 준비가 된 사람이고, 윤석열이는 갑자기 나온 사람”이라며 “이 후보가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은 너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건 말이 안되는 소리다. 역사를 이끌어온 민주당을 갖고 이재명의 당이라고 하는건 나만치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광주 서구 양동시장 ‘하나분식’의 내부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광주 서구 양동시장 ‘하나분식’의 내부 모습.

윤석열 후보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송정시장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국아무개(68)씨도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고, 좌우지간 한 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공무원인데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집을 사서 장가를 가겠나”라고 한탄했고, “윤석열이 되면 부동산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려나. 민주당이 되면 그게 그거일거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민주당이었는데 이제는 안그래”라고 했다. 오아무개(72)씨는 “윤석열은 잔재주는 안부리고 거짓말은 안할 거 같다”며 “(호남 출신인) 박주선, 김동철 전 의원도 왔고,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며 윤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광주 동구에서 만난 신아무개(68)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정권을 바꿔봐야 되나 생각할 정도로 경제가 힘들다”면서도 “당보다는 인물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윤석열은 패기만 있지 다방면에 아는게 없다”고 했다. 윤 후보를 지지하려고 했다가 부인 김건희씨 의혹으로 마음을 접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윤석열 부인은 도저히 영부인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재명을 안 찍고 싶은데 그래도 찍어야겠다”, “김씨를 봐라. 절대 국모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등의 반감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보니 후보들의 발언과 의혹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가 최근 “전두환씨의 경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광주가 안고 있는 5·18의 상처를 덧내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송정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2)씨는 “이재명 후보는 진취적이고 추진력이 있어서 좋아했다. 근데 최근에 전두환씨 관련 발언을 보고 그 한마디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다들 그랬다. ‘미쳤다’ ‘눈이 뒤집혔구나’ ‘앞뒤 분간 못하는구나’. 본인이 살고자 우리를 이용하는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주말인데도 남광주시장 거리가 사람이 없이 썰렁하다.
지난 20일 주말인데도 남광주시장 거리가 사람이 없이 썰렁하다.

세대별 양극화 속 선택은…

세대별 특징도 두드러졌다.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우아무개(61)씨는 “광주는 거의 민주당이라고 생각해야 해. 60대 이상 부터는 민주당 골수분자들이야. 그래도 민주당은 우리를 챙겨”라고 했다. 반면 19일 전남대 앞에서 만난 대학원생 우아무개(25)씨는 “저는 문 대통령 찍었는데 기대했던 대로 정부가 못해주는 느낌이다. 이렇게 일요일에도 연구하는데 살기가 너무 힘들고, 취업도 안 된다”며 “청년들이 왜 정치에 관심이 없어지는지 알겠다. 정치와 현실의 괴리가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남대 3학년 ㄱ(26)씨는 “홍준표가 나왔다면 홍준표를 뽑을 생각이었다. 서민들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며 “제3의 후보를 찍을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신아무개(68)씨는 “이번 선거는 젊은 사람 생각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이 사람 찍어야 살 길 있어요’ 이러면 부모 입장에선 ‘그냐’하면서 찍을 수밖에 없다. ‘아야, 누구 찍어라’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게 아니다. 모든게 바뀌었다”고 했다.

봉선동에 사는 박아무개(35)씨는 “노무현과 문재인은 우리가 밀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이재명은 딱히 이런 마음이 안든다”며 “하지만 윤석열은 진짜 아니다.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다. 야당 후보가 진짜 괜찮았다면 이재명 안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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