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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현장] 최연희 의원 지역구 동해 민심 들어보니

등록 2006-03-08 19:04수정 2006-03-10 15:23

8일 강원 동해시 북평동 도로에 최연희 의원의 사퇴를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이날 북평동 시장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8일 강원 동해시 북평동 도로에 최연희 의원의 사퇴를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이날 북평동 시장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퇴 찬반 갈리지만 “빨리 나타나 해명” 한목소리
시내 꼿곳에 ‘사퇴반대’ 펼침막…민노당은 사퇴 서명받아
“인재 잃는것” “남세스럽다” 팽팽…‘시간끌기’ 엔 배신감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최연희 의원이 잠적한 지 열흘째 되는 8일, 최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동해시는 두 얼굴이 공존하고 있었다. 5일장이 선 북평동 시장에는 “의원직 사퇴가 웬 말이냐, 지역민의 뜻을 지켜내라”는 등 최 의원을 옹호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그러나 바로 20m 떨어진 거리에서는 민주노동당 당원 10여명이 “성추행범 최연희는 동해 삼척을 떠나라”는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최 의원 사퇴 서명을 받고 있었다.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동해시민들의 생각도, 거리 풍경만큼이나 엇갈리고 있었다. 여성단체협의회, 생활체육협의회, 각급학교 동창회 등 일부 단체는 최 의원의 사퇴를 반대했다. 동해시 곳곳에 걸린 펼침막은 대부분 이들 명의로 걸려 있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신 분이 순간적인 실수로 의원직을 잃는 것은 지역의 큰 인재를 잃는 것”이라고 사퇴에 부정적인 뜻을 표시했다. 일부 시민도 이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42)씨는 “최 의원은 3선 의원으로서 그동안 지역발전에 힘쓴 면도 많고, 나중엔 장관이 될 가능성도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라며 “지역 민의를 통해 뽑힌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권자로서 부끄럽다며 의원직 사퇴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주민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한 50대 택시기사는 “서민이 그런 성추행을 저질렀다면 바로 구속감 아니냐”며 “다른 지역 사람들 보기가 남사스럽다”고 말했다. 한 30대 주부는 “여성으로서 그런 사람이 의원이라는 것을 그냥 용납하기는 어렵다”며 “다시는 이런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 의원을 지지하는 펼침막의 몇몇은 아예 내건 주체가 없거나, 펼침막 밑에 써있는 단체에 문의를 해도 관련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가 선택한 최연희 의원 사퇴 결사 반대”라는 펼침막을 내건 것으로 돼 있는 동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최치용 회장은 “나와 친분이 있는 회원이 단체의 뜻과는 상관없이 내걸어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천곡동에 있는 최 의원 사무실에서도 “이쪽과 아무 연관이 없고, 아는 바도 없다”고 입을 닫았다. 일부 지역민들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전체 지역 민심을 호도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심이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최 의원이 빨리 나타나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데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합기도장을 운영하는 김세진(36)씨는 “어서 나타나 자신의 행동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을 하는 안아무개씨도 “시간을 끌어 변할 것이 없다”며 “최 의원이 하루라도 빨리 사태에 관해 태도를 밝히는 것이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신문인 <삼척동해신문>의 노주봉 편집장은 “지역민들이 가장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최 의원이 아무 해명 없이 시간끌기만 하고 있는 점”이라며 “하루빨리 나타나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것이 3선까지 시켜준 지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이곳 바닥민심”이라고 말했다. 동해/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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