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출신 첫 국회의원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제공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10일 “맡겨주신 역할에 충실한 뒤 본연의 소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남은 임기 1년를 마친 뒤, 다시 소방관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에 가까운 현장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에 비춰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다”며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5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오 의원은 소방관 시절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 서울시119특수구조단 산악구조대원 등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의원직을 내려놓는 배경에 대해 현장에서 잇따라 스러진 동료 소방관들의 희생을 꼽았다. 오 의원은 “반복되는 대형 화재의 주된 원인인 가연성 건축 자재를 사용치 못하게 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을 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꼈지만, 법 시행 전에 지어진 냉동창고 화재로 3명의 소방관이 (지난해 1월) 순직했다”며 “이미 늦어버린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3월9일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뛰어들었다 순직한 만 29살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고 저는 더이상 버텨낼 여력없는 저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정치의 힘을 믿는다”면서도 현재의 정치 지형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과연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국민께 안전과 신뢰를 줬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오늘날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가 승패의 잣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고통속에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도 ‘방탄’으로 매도하고 모든 문제가 ‘전 정부 탓이냐, 현 정부 무능 탓이냐’의 극한 대립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어 상대를 악마화하는, 국민들께서 외면하시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국민들께서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기대하셨던 정치 신인이기에 더 큰 책임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 앞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성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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