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의원 “추정치 72억달러를 47억달러로 축소”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려고 통계 수치를 은폐·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졸속 추진 논란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효과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폭이 예상밖으로 높은 72억7천만달러로 추정되자 관련 통계치를 뺀 채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연구원 쪽은 지난달 20일 뒤늦게 대미 무역수지의 흑자 감소폭을 애초보다 훨씬 적은 47억달러로 대체해 보고서에 끼워넣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그 근거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통상교섭본부에 보낸, 72억7천만달러가 적시된 3월3일 보고서의 원본이 있다”며 이를 공개했다. 권 의원은 “연구보고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부정적 수치를 제시해 협정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연구원 쪽이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정부 고위층의 압력에 따라 의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3월3일 보고서 초안에는 72억7천만달러라는 전망치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연구원 내부 토론 결과 대미 무역수지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급하게 관련 내용을 삭제한 뒤 뒤늦게 보충했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은폐나 조작 의도는 없었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이홍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팀장은 월간지 <말>을 통해 “계산상 오류가 있었다”며 “환율 등 일부 수치가 잘못돼 다시 계산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후생수준·생산 등 다른 변수는 대부분 그대로인 상태에서 무역수지 전망치만 변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병삼 연세대 교수(계량경제학)는 “분석 모형인 ‘일반 균형연산 모형’은 계수나 정책변수 중 하나만 바뀌어도 종속변수 값들이 모두 변하는 것으로, 무역 방정식만 따로 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송창석 박병수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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