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두 모습’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맨 왼쪽) 등 한나라당의 전현직 경기도당 간부들이 지난 20일 수해 피해지역인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제공
경기도당위원장등 강원랜드서 사업가와 라운딩
당내서도 “선거압승 뒤 분위기 해이해진 결과”
당내서도 “선거압승 뒤 분위기 해이해진 결과”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지난 20일 큰 홍수피해가 난 강원도 정선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수해 골프’는 강재섭 대표가 당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리고, ‘이재민 고통분담 주간’(20일~30일)을 선포한 당일에 터져 나와,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 압승 뒤 오만과 기강해이가 도를 넘은 것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수·김철기 전 도당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 한나라당 경기도당의 전현직 간부들은 20일 오후 정선의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두 팀으로 나눠 골프를 쳤다. 130만원 가량의 골프장 이용료는 참석한 사업가가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골프를 친 뒤 근처 한 식당에서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한 뒤 강원랜드 골프텔에서 숙박을 했다. 이들이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한 정선지역은 강원 도내에서도 가장 수해 피해가 컸던 곳이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21일 충북 단양지역 수해복구 활동이 예정돼 있어 전날 미리 모였고, 3~4일 전에 예약됐던 골프를 쳤다”며 “저녁 식사 때 골프장 이용료 등으로 각자 20만원씩을 걷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은 간단히 반주 정도만 했다”며 “어쨌든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종합수해대책회의에서 “절대 용서하지 못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강력한 조처를 내릴 것을 요청했다. 강 대표는 수해복구를 위해 방문한 충북 단양에서 “취임한 지 몇일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참담함을 참을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홍 위원장을 경기도당위원장직에서 사퇴시켰다.
당 안팎에선 이 ‘수해 골프’ 사건이 5·31 지방선거 압승 이후 해이해진 당내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비판이 많다. 앞서 한나라당 소속인 김동성 충북 단양군수는 18일 수해 속에서도 사회봉사단체 회원들과 유흥업소에서 유흥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고, 이동희 경기 안성시장도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하던 17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외유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7·26 재선거의 서울 송파갑 공천에선 기자 성접대를 했던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하더니, 물의가 빚어지자 이 자리에 맹형규 전 의원을 ‘원대복귀’시키기도 했다.
한 초선의원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이대로 가면 된다는 안일함이 당내에 부쩍 심해졌다”며 “전당대회마저 과거회귀적인 세력이 주류가 되며 자만과 방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옛날로 치면 백성들이 길거리에 나앉아 울고 있는데, 사또들은 풍악을 울리며 여흥을 즐기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한나라 ‘두 모습’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용진리에서 수해피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서, 하천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단양/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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