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안 해소등 4대 선결요건 제시
여론조사 불리 “덫 걸렸다” 지적일어
“무조건 반대 아니다” 한발짝 물러서
여론조사 불리 “덫 걸렸다” 지적일어
“무조건 반대 아니다” 한발짝 물러서
“한나라당이 ‘덫’에 걸렸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통일안보전략특위 주최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한-미 동맹 관계’ 세미나에서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여당이 선점한 이슈에 한나라당이 휩쓸려 끌려다닐 뿐 아니라, 민생경제 등 한나라당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다른 문제들까지 묻히게 만드는 게 바로 최근의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니, 하루 빨리 빠져나오라는 뜻이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4대 선결요건을 제시하는 등 그동안의 초강경 태도에 비해선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국민투표 적극 검토, 청문회 추진 등 전방위적 공세를 펼친 바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핵·미사일 등 북한에 의해 자행되는 안보불안 해소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로 추가소요되는 국방예산 공개 및 이를 감당할만한 경제성장 로드맵 제시 △한-미 군사동맹 약화를 방지할만한 한-미 구체적 합의 △국민공감대 형성 등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4대 선결요건으로 꼽았다. ‘선결요건’이란, 말 그대로 이 문제만 해결하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4대 선결요건’은 대부분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기대수준도 정확히 제시하지 않아 정부가 한나라당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한나라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유기준 대변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 한나라당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를 한나라당이 스스로 일종의 ‘퇴로’를 여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작전통제권 환수의 덫에서 빠져나가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지난 14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강재섭 대표를 만나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없고, 한-미 연합방위능력과 군사억지력은 오히려 강화된다고 강조해 한나라당으로선 처지가 난처해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한나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나오고 있는 탓에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내 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도 작전통제권 환수 자체에 대해선 ‘찬성’ 의견이 84%에 이를 정도였다. ‘국민투표’와 관련해 한 당내 인사는 “국민투표로 가면 심각한 국론분열이 일어나 오히려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도부가 조금 성급했다”고까지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한 당론이 외부에는 ‘반대’만 도드라지게 보여 정부와 여당 쪽의 ‘자주’ 이슈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고민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반대’를 강조하기보단 ‘국익’ ‘실리’ ‘경제적 비용’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계획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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