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잠룡(潛龍)'으로 분류되는 원희룡(元喜龍) 의원이 이달 중 대선출마 선언을 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달 중순부터 당내 대선주자 `빅3'간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출사표'를 던질 시점이라는 판단이 섰지만, 현재로선 `지원군'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올해 국회 활동이 일단락되고 내년 정국을 대비해야 하니 고민만 할 수는 없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심각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미 (출마) 준비는 끝냈다"면서 "이달 중순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면 언론이 무시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도 묵묵히 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원 의원은 자신이 속한 중도개혁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대권 도전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수요모임 의원들을 일일이 접촉하면서 대권 출마에 대한 생각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수요모임 내에서 `찬성'과 `만류'가 반반 정도로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찬성파는 당내 중도개혁세력의 입장을 대선 국면에서 확실히 대변할 주자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반면, 반대파는 원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빅 3로부터 `찍힐' 위험을 감수하면서 확률낮은 게임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개혁 주자론'이 출마의 명분이지만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원 의원 자신과 이념적 색깔, 지지층 등이 겹친다는 점도 고민이다.
두 사람이 함께 경선에 출마할 경우 그리 많지 않은 중도개혁 성향 표를 나눠 가져야 하므로 본선 진출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원 의원은 이와 관련해 "그 부분도 큰 문제"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원 의원이 손 전 지사의 지지율 답보 상태가 계속되는 틈을 치고 들어가 자신이 당내 중도.개혁 세력의 대표임을 강조해 손 전 지사를 경쟁 구도에서 밀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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