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노동관계법 통과 등 악재…정책 담금질로 돌파
“시련의 계절이다.”
요즘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지난 10월 당의 전·현직 간부가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연행된 이후 대형 ‘악재’들이 잇따랐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탈당자 수가 입당자 수를 넘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2년간 반대해온 비정규직 관련 3법이 11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놓고는, 당 홈페이지에 “9명 의원 모두 사퇴하라”는 주장까지 올라온다. 지난 8일에는 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 농성까지 하며 반대했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들 노동관계법은 모두 열린우리당(139석)과 한나라당(127석)이 손잡고 철저하게 민주노동당을 따돌린 채 강행 처리했다. 두 당은 여러 정치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노동관계법 처리에선 공조를 이뤘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내야 했고, 한나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부담감을 떨어낼 필요가 있었다. 이런 두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들이 보기에 ‘만만한’ 노동관계법 강행 처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당 심상정 의원은 두 거대 정당의 행태를 이례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심 의원은 “17대 국회는 쌀 개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벌 규제, 노동 문제 등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 연합 국회였다.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두 정당은 애초부터 노동관계법에 최소한의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갈수록 소외되는 민주노동당이 내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을 활력있게 치러낼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당내엔 대선 국면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많다. 내년 대선은 과거보다 훨씬 정책대결 중심으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부동산, 사회 양극화 문제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합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면, 2004년 총선 때처럼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집행부와 함께 착수한 ‘사회연대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는 정규직의 양보로,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비정규 노동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자는 일종의 ‘자기 희생 실험’이다.
국민 관심을 불러모을 당내 대선 후보 경쟁도 곧 가시화한다. 민주노동당은 16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선 후보 선출방식과 시기에 관한 토론을 벌인다. 대선 후보 선출방식을 100% 당원 투표에서, 당 후원금 납부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 비당원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대선 국면은 일상 시기보다 당의 정책방향을 알릴 수 있는 더 좋은 계기다. 당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당의 진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일심회 사건에 당 간부가 연루됐는데도 당은 책임있는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는 대중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홍승하 최고위원은 “대선 국면은 일상 시기보다 당의 정책방향을 알릴 수 있는 더 좋은 계기다. 당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당의 진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일심회 사건에 당 간부가 연루됐는데도 당은 책임있는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는 대중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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