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2007대선, 이것이 궁금하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끝까지 갈까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끝까지 갈까
이, 수세 몰리면 ‘보수신당’ 차릴 가능성
박, 검증 ‘역풍’ 맞으면 먼저 이탈할 수도 “이러다 진짜 쪼개지는 것 아닌지….” 한나라당 사람들은 요즘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명박 검증론’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 진영의 이전투구식 공방을 바라보며 하는 말들이다. 공방이 본격화하기 전인 1월28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51.6%는 이미 “(두 사람이) 경선 전에 갈라서 각각 출마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일단 함량 미달의 ‘태산명동서일필’로 드러나긴 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전 대표 진영의 정인봉 변호사가 불붙인 ‘이명박 검증자료 공개’ 논쟁은 결별설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인제 학습효과’ 때문에 당 분열이 되풀이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자기 확신은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검증 국면에서 두 캠프 실무자들 사이엔 “서로 ‘보스’(이명박·박근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예의 아니냐”,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식의 험악한 대화까지 오간다. 언론을 상대로 한 상대방의 약점 흘리기도 시작됐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결별 시나리오는, 검증 공세가 격화되면서 이 전 시장이 “도저히 함께 못하겠다”며 당을 뛰쳐나가는 것이다. 정체성 공방에 색깔론까지 더해지면 탈당 명분은 더 커진다. 이 전 시장은 50% 안팎의 높은 대중 지지율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당내 의원과 전국 조직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내 공격이 심해지면 이 전 시장으로서는 보수신당을 따로 만드는 게 공격을 피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면 먼저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고참 보좌관은 “네거티브 공세가 별 효과를 못 내면 박 전 대표는 티케이(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한 보수세력 결집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및 호남과의 화해를 명분 삼아 당을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지지율은 이 전 시장에 훨씬 못미치지만, 박 전 대표는 지지율 20%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박근혜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결별 요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대선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만큼, 주변 인사들은 후보에게 정치적 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당의 검증 결과에 어느 한쪽이라도 승복하지 않을 경우, 후보간 감정 대립이 격렬해지고 줄 선 의원들도 그 후보와 운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면 당이 분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여권 분열 상황도 한나라당 분열을 부추기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권이 워낙 지리멸렬해 한나라당이 찢어져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가 먹혀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당내 경선에 후보로 등록하고 나면, 경선 결과에 불복해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당규대로 6월에 경선이 치러진다면 경선 후보 등록은 4월께 해야 한다. 경선이 9월 이후로 미뤄지면 후보 등록도 7월 이후로 밀린다. 결별하려면 경선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한다. 두 진영은 모두 “결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양쪽의 대결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두 사람 모두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손학규 뛰쳐 나갈까 ‘수구벽’ 밀다 지치면 ‘중도개혁문’ 열 수도
‘여권은 낡은 진보’ 손사레, 황석영 ‘제3세력론’ 유혹적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정체성을 바꾸자는 그의 주장이) 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탈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은 벽이지만 밀면 문이 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로 규정하며 “냉전시대 세계관과 개발연대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이, 어렵지만 관철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손 전 지사는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줄곧 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선 좀체 ‘넘버3’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로선 한편으론 당혹스럽고, 또 한편으론 고무적인 결과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손학규는 좋지만 한나라당은 싫다. 탈당하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요즘 햇볕정책 계승론을 강조한다. 한나라당이 선진화 개혁세력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와는 차별적인 행보다. 그가 여차하면 당적을 버릴 수 있다는 관측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손 전 지사 쪽은 이런 가능성을 부인한다. 김성식 정무특보는 “손 전 지사는 자신이 한나라당 간판이 되는 게 한국 정치의 발전이라는 신념을 품고 있다. 스스로 ‘낡은 진보’라고 비판해온 여권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를 지지하는 남경필 의원도 “손 전 지사가 탈당하면 양쪽 다 공멸한다. 당은 ‘꼴통 보수’만 남는 셈이 되고, 본인은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렇지만 그가 결국 새로운 문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권 밖의 개혁 진영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제3의 정치세력 형성론’도 손 전 지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시민사회 진영 인사들이 만든 ‘창조한국 미래구상’을 비롯해 범진보 진영에서 중도개혁론이 힘을 얻으면서 손 전 지사가 움직일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손 전 지사는 아직 ‘왜 나를 범여권 후보로 분류해 여론조사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명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정치권 변동 상황에 따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개혁성’ 찾아 ‘제3세력’ 뭉칠 수도
원희룡·고진화도 끝까지?
한나라당의 또다른 대선 주자인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현재 1%에 못 미치는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원 의원은 최근 “지지율 1%가 이렇게 엄청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당의 개혁과 혁신, 중도개혁세력 대변 등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메아리가 없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지지율과 희박한 경선통과 가능성 탓에 이들을 ‘삐딱하게’ 보는 눈도 상당하다. “내년 총선 공천을 노리고 자기 장사를 하러 나온 것 아니냐”, “당내 경선만 우스운 꼴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들이 그것이다. 강경 보수인 김용갑 의원은 두 의원의 경선 포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한나라당 외연을 확대해 경선 뒤 대선 본선에서 자산이 되어줄 것이란 의견은 소수다.
이들은 끝까지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원 의원은 “당이 깨지지 않는 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 쪽도 “시대정신에 기초한 정책선거로 가면 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과 가까운 정병국 의원은 “두 사람의 정치행보가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결국엔 성향이 비슷한 손학규 전 지사 쪽이나 또다른 제3의 세력과 합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들의 개혁적인 색채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와 조화하기 어려워, 경선 뒤에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진화 의원은 “박원순 변호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당 밖의 많은 분들과 신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 바깥의 제3 세력 결집과 그 내용이 이들의 행보에 민감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박, 검증 ‘역풍’ 맞으면 먼저 이탈할 수도 “이러다 진짜 쪼개지는 것 아닌지….” 한나라당 사람들은 요즘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명박 검증론’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 진영의 이전투구식 공방을 바라보며 하는 말들이다. 공방이 본격화하기 전인 1월28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51.6%는 이미 “(두 사람이) 경선 전에 갈라서 각각 출마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일단 함량 미달의 ‘태산명동서일필’로 드러나긴 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전 대표 진영의 정인봉 변호사가 불붙인 ‘이명박 검증자료 공개’ 논쟁은 결별설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인제 학습효과’ 때문에 당 분열이 되풀이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자기 확신은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검증 국면에서 두 캠프 실무자들 사이엔 “서로 ‘보스’(이명박·박근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예의 아니냐”,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식의 험악한 대화까지 오간다. 언론을 상대로 한 상대방의 약점 흘리기도 시작됐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결별 시나리오는, 검증 공세가 격화되면서 이 전 시장이 “도저히 함께 못하겠다”며 당을 뛰쳐나가는 것이다. 정체성 공방에 색깔론까지 더해지면 탈당 명분은 더 커진다. 이 전 시장은 50% 안팎의 높은 대중 지지율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당내 의원과 전국 조직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내 공격이 심해지면 이 전 시장으로서는 보수신당을 따로 만드는 게 공격을 피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면 먼저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고참 보좌관은 “네거티브 공세가 별 효과를 못 내면 박 전 대표는 티케이(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한 보수세력 결집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및 호남과의 화해를 명분 삼아 당을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지지율은 이 전 시장에 훨씬 못미치지만, 박 전 대표는 지지율 20%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박근혜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결별 요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대선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만큼, 주변 인사들은 후보에게 정치적 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당의 검증 결과에 어느 한쪽이라도 승복하지 않을 경우, 후보간 감정 대립이 격렬해지고 줄 선 의원들도 그 후보와 운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면 당이 분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여권 분열 상황도 한나라당 분열을 부추기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권이 워낙 지리멸렬해 한나라당이 찢어져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가 먹혀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당내 경선에 후보로 등록하고 나면, 경선 결과에 불복해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당규대로 6월에 경선이 치러진다면 경선 후보 등록은 4월께 해야 한다. 경선이 9월 이후로 미뤄지면 후보 등록도 7월 이후로 밀린다. 결별하려면 경선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한다. 두 진영은 모두 “결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양쪽의 대결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두 사람 모두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한나라당 빅3 지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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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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