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인사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시작하며 수화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6곳 기초단체장중 절반 위태…‘공천헌금’ 암초까지
4·25 재보궐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50%를 웃도는 정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비롯해 서울 양천, 경북 봉화, 경기 가평 등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19일엔 공천을 대가로 억대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안산 단원갑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경기도의회 도의원 예비후보자의 구속영장이 신청돼 악재가 겹쳤다.
애초 전남 무안·신안을 제외한 2곳(대전 서을, 경기 화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했던 한나라당이 대전 서을에서 막판까지 힘겨운 싸움을 하자,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벌인 여론조사에선 당 소속 이재선 후보가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에게 1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학 사무 부총장은 “정당 지지율이 1위인데도 지고 있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양천구청장, 경북 봉화군수, 경기 가평군수 선거에서도 자기 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뒤지거나 접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곳의 기초단체장 재보선 지역 가운데 절반이 위태로운 셈이다.
당내에선 안일한 공천으로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부 지역에서 거푸 낙선했거나 탈당 전력이 있는 후보들을 공천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인물론이 제기되는 것은 공천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당 지지도가 워낙 높은데다 재보궐 선거 때 늘 이겨온 관성에 젖어 참신한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 사이의 알력 다툼과 이에 따른 ‘갈라먹기’가 쉬운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대선 주자 캠프에 속한 초선 의원은 “이번 공천은 8월 경선을 앞둔 대선 주자 간의 타협의 산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내 경선 탓에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특정 후보가 자기 세력이 아닌 한나라당 후보 대신 상대 당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녹록지 않은 상황 탓에 선거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대전이나 경북에서 한 곳이라도 진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지는 것”이라며 “이 경우 공천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대선 주자들을 직접 겨냥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경남 지역의 초선 의원은 “재보궐선거 패배가 ‘한나라당 대세론’을 꺾고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탄력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급해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 막판 총력전을 벌일 예정이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선거 지역에 연고가 있는 의원과 당 사무처 직원들을 총동원해 주말 지원 유세를 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은 21일 대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지원을 펴고, 박근혜 전 대표도 아예 22일부터 사흘 내내 대전 지원유세 일정을 잡아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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