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단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당직자 “반성커녕 책임 떠넘기기 급급”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26일 공개 일정과 발언을 자제하며 ‘자숙 모드’로 들어갔다. 자신들의 높은 지지율을 4·25 재보선 득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데다, 오히려 재보선 지원유세를 자신들의 경선 선거운동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당내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로 예정됐던 부산 방문을 취소하고, 이달 말의 여의도 사무실 이전과 공식적인 경선 출마선언도 연기했다. 박 전 대표도 27일 서울 지역 당원 간담회를 일단 미뤘다.
그러나 두 진영은 겉모습과 달리 물 밑으로는 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신경전을 계속했다. 당내에선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쪽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대전 서구을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합동 유세가 무산된 것을 두고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의 한선교 대변인은 ‘대전 합동유세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 전 시장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을 막겠다’고 한 발언을 대전시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박) 합동 유세를 한다는 것은 표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았을 것”이라고 이 전 시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쪽의 진수희 의원은 “대전에서 이 전 시장 지지율이 박 전 대표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궁색한 변명이고 덮어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진 의원은 “합동 유세를 박 전 대표가 거부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두 진영은 당의 위기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연결시키려는 속내도 내비쳤다. 이 전 시장 쪽에서는 “이번 기회에 대선 후보 경선규칙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선 후보 선출을 8월 말에서 6월로 앞당기자는 얘기다. 박 전 대표 쪽은 “유불리에 따라 자꾸 오락가락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앞서 재보선 당일인 25일에도 양쪽은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유승민 의원), “그건 저급한 네거티브 정치 공세”(박형준 의원)라며 가시돋친 말들을 주고 받았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나라당의 한 실무 당직자는 “반성은 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자세 때문에 재보선에서도 진 것이다. 국민과 당원을 이렇게 무서워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대선에서 이기겠냐”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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