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인천중앙병원을 방문해 산재환자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득-경고 양면전략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은 1일, 하루 종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표 쪽은 최악의 경우 분당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이 전 시장을 향한 설득과 경고를 동시에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천 중앙병원 산업재해 환자들을 찾은 자리에서 “올해 말에 있을 대사를 앞두고 빨리 당이 안정을 되찾아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며 이 전 시장 쪽이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 전 시장이 현명한 지도력을 발휘해 당 수습에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 캠프회의 때 이 전 시장에게 당 쇄신안 협조에 나서줄 것을 좀더 적극적으로 요청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략적으로 비칠 것이란 주장에 묻혔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선 책임론으로 이 전 시장쪽을 압박했다. 유승민 의원은 “당은 지금 분열로 향해 가고 있는데 이 전 시장은 이를 자신의 경선 승리를 위한 승부처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만일 이재오 의원이 최고위원 직을 사퇴해 당이 분열로 가면 이는 모두 이 전 시장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이정현 공보특보도 “이 전 시장 쪽이 시간을 끌어 경선 규칙 등에 최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4·25 재보선 패배로) 불난 집에서 물건을 챙기려는 옳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이런 강온 양면책 뒤엔 ‘분당=공멸’이란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선교 대변인은 “분열하면 모든 대망이 무산된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를 당의 주류이자 화합의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면서 이 전 시장에겐 이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입히려는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캠프 일부에선 “이 전 시장이 제발로 나간다면 무슨 수로 막겠느냐”며 탈당을 방조하는 듯한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태열 의원은 “이는 소아병적인 생각”이라며 “경선 없이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분열되면 본선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라고 일축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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