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1시간여의 만남에서 당내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해 회담은 사실상 결렬됐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박근혜 경선규칙 충돌…한나라 또 분란속으로
당 내분을 수습하고 화합을 다짐하려고 모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4일 만남은 경선 규칙에 관한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번 회동을 당 안정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등 지도부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한나라당은 다시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만남은 박 전 대표가 작심한 듯 경선 규칙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면서 싸늘해졌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서로 싸우는 것처럼 비친 것은 경선 규칙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은 공당이 만든 틀 안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는 “8월에 (선거인단 규모를) 20만명으로 하자는 경선 규칙은 이미 합의를 다 봤고, 이를 또다시 바꾸는 것은 사당이지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공당이 정한 규칙을 흔드는 것이 가장 큰 네거티브다. 이 전 시장도 합의된 룰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강 대표가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미 합의를 본 것을 다시 바꾼다면, 나나 또다른 후보가 마음에 안 들어 바꾸자고 하면 또 바꾸겠느냐”라며, 당 지도부에 경선 규칙 중재를 맡길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배석한 유기준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열린우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 경선)를 해서 제3자도 들어오게 한다는데 한나라당도 바뀐 시대에 따라 (새 규칙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너무 폐쇄적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은 또 “(당심과 민심이) 5 대 5로 반영되게 하는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을 4만명으로 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전 시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경선 규칙은) 당 대표가 중심이 돼 논의하는 걸로 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의 말은, 강재섭 대표가 경선 규칙에 관한 안을 내놓도록 위임한 것이지 결론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전 시장 역시 강 대표에게 경선 규칙 결정을 완전히 맡기진 않은 것이다.
앞서 강 대표는 경선 규칙과 관련해 “당 대표에게 맡겨주면 명분도 있고 합의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경선 규칙을 일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 대표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대의원과 당원의 평균 투표율과 연동해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졌던 당의 내분을 수습하고 화합하기 위한 첫 만남이 사실상 경선 규칙 논란으로 끝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양쪽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아울러 강 대표의 당 쇄신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분당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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